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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이주방사 금지 법안 입법예고에 ‘시끌’
- 작성일2023/02/03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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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1월 11일 발의 이후 논란 커져
▲ 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련 없습니다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길고양이의 이주 방사를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 입법예고 절차의 진행으로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법안은 지난 1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서울 서대문구갑) 의원의 대표발의로 같은 당 박홍근, 이수진, 이용빈, 이형석, 정태호, 조오섭, 한준호 의원과 무소속 김흥걸, 양향자 의원이 발의의원으로 이름을 올려 총 10인이 공동발의했다.
개정안의 내용은 지난해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10조(동물학대 등의 금지)에 ‘소유자 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 또는 피학대동물을 포획하여 기존 활동 영역을 현저히 벗어난 장소에 유기 또는 방사하는 행위’를 금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이를 어겼을 시에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근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신종 동물학대 행위를 방지·처벌하고자 마련됐다. 직접적인 물리적 학대 행위가 처벌받는 사례가 늘자, ‘이주봉사’라는 명목으로 길고양이를 포획, 기존 서식지에서 멀리 있는 곳에 방사하는 행위가 늘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원문은 다음과 같다.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은 ‘현행법은 누구든지 소유자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 또는 피학대동물 중 소유자등을 알 수 없는 동물에 대하여 포획하여 판매하는 행위, 포획하여 죽이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 그런데 최근 길고양이를 유인하여 본래의 서식지를 벗어난 장소 등에 유기ㆍ방사하는 행위가 놀이처럼 자행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행위를 금지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임. 이에 소유자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 또는 피학대동물 중 소유자등을 알 수 없는 동물을 포획하여 기존의 활동 영역을 현저히 벗어난 장소에 유기ㆍ방사하는 행위를 금지하여 동물학대행위를 방지하려는 것임(안 법률 제18853호 동물보호법 전부개정법률 제10조제3항제5호 및 제97조제4항제1호 각각 신설).’을 들고 있으며, 개정 내용으로 ‘제10조제3항에 제5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5. 포획하여 기존의 활동 영역을 현저히 벗어난 장소에 유기 또는 방사(放飼)하는 행위. 다만, 제34조에 따른 구조ㆍ보호조치가 필요한 경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제97조제4항제1호부터 제8호까지를 각각 제2호부터 제9호까지로 하고, 같은 항에 제1호를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1. 제10조제3항제5호를 위반하여 소유자등이 없이 배회하거나 내버려진 동물 등을 포획하여 기존의 활동 영역을 현저히 벗어난 장소에 유기 또는 방사한 자’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입법예고 국민의견에는 4100여 건의 의견이 게시됐다 (사진 = 국회입법예고 누리집 갈무리)
해당 법안 발의를 두고 동물보호단체 등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인 동물보호단체 중 하나인 동물권행동 카라는 “고양이는 오랜 관찰과 경험 끝에 행동하는 특성을 가지는 영역 동물로,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길고양이 중성화 고시에 ‘제자리 방사’를 명기하고 있다”며 “이주 방사는 재개발 지역 등 같은 자리에서 생존을 위한 먹이 활동을 할 수 없고, 안전에도 심대한 위협이 있는 상황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이주 방사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한편, “동물 혐오와 학대 행위의 근절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러한 법안의 발의는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라며 “기존의 사후 처벌 위주 법안에서 방지를 위한 법안이 나왔다는 것을 환영하고,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논란은 1월 13일, 해당 법안의 입법예고기간 국민의견수렴을 진행하며 시작됐다. 2주간의 입법예고기간 중 앞선 일주일은 반대의견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길고양이 커뮤니티 등에 알려지며 후반부 일주일은 찬성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반대가 많았던 전반기 의견은 200여 건에 그쳤으나 하반기에는 무려 3900여 건에 달하는 찬성의견이 쇄도했다.
반대 측은 동물보호단체, 캣맘 커뮤니티 등에 ‘좌표’가 찍혔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통상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많은 법안의 입법예고가 아닌 이상에는 평균 수십 건에서 찬반이 치열한 경우에 수백 건 정도의 의견이 게시되는데, 짧은 시간 동안 지나치게 많은 의견이 게시됐다는 것이다. 국회진정서 제출, 우상호 의원실에 사안을 확인하는 등 행동에 나선 누리꾼도 있다. 우상호 의원실로 전화. 보좌관과 통화를 했다는 한 누리꾼은 “현재 타인의 사유지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길고양이 급식에 대해 법적으로 대항할 수단이 없는 상태에서 이주 방사가 불법화된다면 다수의 일반 시민이 불편함을 해소할 방안이 상실됨은 물론, 동물보호단체가 권한 대행자로 단체의 이익에 따라 이주 방사를 진행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 제시에 의원실에서 “일반 시민의 정확한 피해 상황과 사례가 중요하다”고 답했다며 해당 법안에 반대한다면 공개된 의원실 연락처로 전화, 본인이 당하고 있는 피해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논란이 된 이주 방사 금지 법안 발의의 배경에는 길고양이 보호자 중 일부의 무분별한 급식소 확장과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의 미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심 거주지역 내 길고양이의 지나친 개체수 증가가 각종 피해를 야기, 사회적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의 길고양이 보호자가 먹이 포화로 증가하는 개체를 모두 보살피며 더욱 문제시되고 있으나, 대다수 국민이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해 명백한 사유지를 가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피해를 받는 일반 시민은 급식을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급식 도구를 임의로 치우는 경우는 재물손괴 또는 점유물이탈횡령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례도 최근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 50부(재판장 고연금)는 길고양이 급식을 위해 거주지 인근에 놓여진 물품을 옮긴 A씨에 유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실 창문 앞에 설치된 고양이 급여통 한 개와 사기그릇 두 개를 분리수거장에 버렸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측은 “고양이 울음소리와 부패한 사료 냄새 때문에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입어왔기 때문에 한 행동으로 정당행위로 볼 수 있으며, 급여통을 분리수거장으로 옮긴 사실은 있지만 고양이들의 식사에는 영향이 없었으므로 재물의 효용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재판부는 “피해자가 설치한 고양이 급여통 옆에 거주한 피고인이 고양이의 울음소리와 사료의 부패 냄새 등으로 적지 않은 고통을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죄를 확정하고 벌금 7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거주지 인근의 무분별한 길고양이 급식으로 피해를 받는 일반 시민 사이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이주 방사다. 고양이에 대해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당연히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길고양이 보호자의 급여 행위를 막는 것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이어지게 되자 길고양이나 그 보호자에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 않고 다만 본인의 거주지 인근에서 먼 거리로 이동시키는 이주 방사가 대안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 독일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을 한다면 동물등록과 함께 급식 장소 등록, 중성화 수술까지 해야한다 (사진 = 하노버시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물론 길고양이를 비롯한 대다수 야생동물은 영역을 가지고 활동하며, 먹이가 심각하게 부족하거나 안전에 큰 위협을 겪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동하지 않는 동물로, 자의가 아닌 이주는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양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길고양이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우리 이웃이 고통을 겪지 않고, 또 그들이 당당한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고, 유기된 동물에게로의 책임을 지겠다면 지정된 장소에서 허가받은 인원이, 적절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것으로, 개체수 관리를 위해 시행되는 TNR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개체수를 폭증시키는 무분별한 급여는 또 다른 학대를 불러오는 행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보호·복지 정책에 가장 앞서나가는 국가 중 하나인 독일에서는 길고양이 급식이 직접 중성화하고 칩 삽입, 등록한 개체에 한해서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길고양이가 아닌 외출고양이에 한해서만 인정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동물보호를 외치는 많은 사람이 여러 이유를 들어 마당개, 마당고양이를 비난하곤 한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실외에서 지내는 것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며, 또 적절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함으로 인한 번식, 인근 주민과의 사고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생태계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바라보거나, 바라볼 수만은 없다면 적절한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길고양이는 길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이 아니다.
출처 : 한국반려동물신문(http://www.pet-new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