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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보호자와 마라도, 유투브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작성일2023/02/0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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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버 ‘새덕후’ 영상에 길고양이 정책 두고 논란 점화
전문가 문제 제기하던 마라도 길고양이에 대중 관심 몰려
한 유투버가 업로드한 영상으로 촉발된 길고양이 급식, TNR과 관련한 문제가 최근 진행된 마라도 ‘천연보호구역 생물 피해 저감을 위한 대처 방안 마련 전문가 회의’까지 번져,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 새 사냥에 성공한 고양이, TNR 개체 표시로 귀가 일부 잘려있다 (사진 = 유투브 채널 '새덕후' 갈무리)
“고양이만 소중한 분들에게” 13분 영상이 불러일으킨 생태계 보호 논란
지난 1월 28일, 유투브에서 조류를 중심으로 하는 자연다큐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새덕후’가 ‘고양이만 소중한 전국의 캣맘 대디 동물보호단체분들에게’라는 제목으로 13분가량의 영상을 업로드했다.
다소 극단적일 수 있는 제목의 영상이 나오기까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있다. 새덕후 채널에는 2020년에도 5월에 ‘고양이가 자연생태계에 끼치는 심각한 영향... 1년에 24억 킬’, 같은 해 10월에 ‘고양이 목도리, 이거 정말 괜찮을까? (a.k.a 새보호목도리)’라는 제목의 영상이 등록됐다.
5월 게시된 영상은 철새 도래지 중 하나인 외연도를 찾아 촬영한 것으로, 인위적으로 섬에 자리 잡고 번식한 고양이들이 지친 철새들이 거쳐 가는 특수한 상황인 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생태계에 지나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등의 사례를 참고해 철새 도래지, 생태공원 등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야생 고양이에 화려한 색상의 목도리를 씌우는 것을 제안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어 게시된 10월 영상에서 2019년 7월 발표한 들고양이 관리 대책으로 고양이 목도리 도입을 추진한 환경부가 목도리 비용 문제와 반대 의견으로 도입하지 않았으며 앞으로의 특별한 관리 계획도 예정되지 않았다는 통화 내용을 공개, 실제로 생태계에 여러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논란이 된 이번 영상도 이러한 상황이 대책 없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심지어는 더욱 악화시키려는 정책, 법안마저 발의되자 게시한 것으로 보인다.
▲ 환경부도 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파악하고 있었다 (사진 = 환경부 제공)
남산 한옥마을의 호숫가에서 청둥오리 새끼가 고양이에 사냥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번 영상은 △ 고양이가 대한민국 도심 생태계에서 가지는 위치와 영향 △ 길고양이 급식이 불러올 수 있는 문제 △ TNR(Trap-Neuter-Return, 포획-중성화-재방사)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 △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앞서 섬생태계에서 고양이가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이후 “이 정도 이야기하면 항상 보이는 댓글들이 있는데, 사람이 문제다”라며 유기와 무분별한 급식을 거론하는 장면과 TNR 만능주의를 비판하는 부분이다.
“고양이는 죄가 없다”고 말을 꺼낸 새덕후는 이어, “사람이 문제”라며 “고양이 집 밖에다 누가 풀었죠? 유기한 사람들이죠”, “누가 개체수 늘려놨죠? 밥 준 사람들이죠”라며 고양이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문제들은 사람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사람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TNR과 관련해서는 “현재 개체 수 감소 방법으로 쓰이는 TNR은 개체 수도 줄어들고 사냥도 안 하고 소음도 줄어든다고 알려져 많은 분이 인도적이고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믿고 있다”며 “하지만 안타깝게도 TNR은 개체 수 감소면에서 과학적 근거가 없는 예산낭비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한편, 그에 대한 근거로 야생에서 활동하는 고양이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TNR이 실질적 효과를 보이기 위해 필요한 수치 등을 포함한 논문 내용을 공유했다.
TNR 자체도 개체수 감소라는 효과를 보기 위해 높은 기준치를 만족해야 하는 방법인데, 현행 동물보호법상 제외되는 개체, 포획의 난이도 등을 고려한다면 고양이의 빠른 번식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를 마치고, 고양이에 대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해외의 사례를 소개한 새덕후가 제시한 해결책은 ‘입양’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길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가기만 하면 개체수 –1이 되는 것”이라며 “인위적이고 무분별한 먹이주기를 중단하고, TNR과 적극적인 입양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남은 인도적인 방법은 없다”며 영상은 끝을 맺었다.
40여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인 만큼, 영상의 업로드 직후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영상 또는 영상을 요약한 내용의 글이 온갖 커뮤니티로 옮겨졌고, 영상은 게시 3일 만에 조회수 100만을 달성했다(2월 3일 현재 135만). 해당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의 평균 조회수가 48만(최근 1년 업로드 영상) 정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한 관심이 몰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커뮤니티에 알려지며, 540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많은 누리꾼이 "가까이 지내는 고양이만 걱정하느라 이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고양이가 귀엽고 사랑스럽다면 그 생명의 가치는 다른 동물에게도 폭넓게 적용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등의 댓글로 긍정의 반응을 보였으나, 길고양이 보호자에 대한 지나친 비난 댓글, "희귀한 새들만 소중한 사람의 영상"이라는 등의 비난 댓글 등 혐오로 일관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반응도 상당했다.
그 와중에 일부 고양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동물보호단체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 단체는 영상에 대해 “영상은 볼 가치가 없어서 세 줄 요약본으로 읽었다”는 글을 담은 당황스러운 반박문을 게시하는 한편, 또 다른 단체는 고양이에 인위적인 급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고양이가 야생에서 살아가는 것은 기본”이라는, 고양이를 인간의 보살핌이 필요한 동물로 보는 것인지 야생동물로 보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주장을 펼쳤다.
격한 논쟁이 수그러들 때쯤, 멸종위기종 ‘뿔쇠오리’의 서식지인 마라도 문제가 대중에 알려지며 논란은 재점화됐다.
▲ 마라도의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 후 다시 섬으로 돌아갔다 (사진 = 유투브 채널 'SBS STORY' 갈무리)
활동 영역 4km의 천적이 가득한, 0.3 제곱킬로미터 새들의 쉼터
마라도는 육지 대부분과 주변 해역이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섬으로, 천연보호구역 내에는 고양이 등 외래종이 없는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유인도인 마라도의 특성상 거주민, 관광객 등에 의해 옮겨진 고양이, 쥐, 까치 등 외래종이 범람, 천적이 없는 섬 생태계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자생종을 절멸시키고 있다는 사실과 또 일부 개인·단체가 이미 우려의 수준을 벗어나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위기를 방조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알려진 뿔쇠오리의 미래를 예상하지 않더라도, 함께 멸종위기종 조류 2급으로 지정된 섬개개비는 이미 마라도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운 새가 됐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위기의식으로 문화재청은 지난 1월 31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천연보호구역 생물 피해 저감을 위한 대처 방안 마련 전문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그동안 마라도 생태계와 관련한 여러 연구조사 활동을 지속해온 최창용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지회장, 한성용 문화재청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윤종민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류팀장을 비롯한 다수 전문가와 기관·단체 관계자를 비롯해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 김란영 제주비건 대표 등 동물보호 활동 관계 단체·개인이 참여했다.
2월부터 시작될 뿔쇠오리의 번식기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뿔쇠오리가 고양이에게 사냥 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고양이를 우선 섬에서 내보내고, 쥐는 쥐약을 사용하는 등 상당한 수준의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에 중지를 모았다. 마찬가지로 섬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쳤던 까치는 2012년 한 차례 퇴치 사업이 벌어졌었다.
고양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측에서는 아쉬운 발언이 이어졌다. 이미 고양이의 활동 영역에서 뿔쇠오리의 서식지가 사라졌다는 다년간의 연구 결과를 밝혔음에도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사냥한다는 근거가 부족하다”거나 “마라도의 고양이들은 몸집이 불어 새 사냥이 어렵다”는 등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한 단체는 총 면적이 0.3제곱킬로미터에 불과한 마라도 문제 해결과 관련해 “고양이의 행동반경인 3~4km를 고려해 밥자리를 옮겨도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사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회의는 참여 단체 간의 협의체를 구성하고 2월 10일부터 마라도 내 고양이 건강을 점검하는 동시에 2차 회의를 진행한다는 여유로운 결론을 내놓고 마무리됐다.
▲ 멸종위기종 2급 조류인 뿔쇠오리(사진 위)와 섬개개비 (사진 = 국립생태원 제공)
중요한 것은 이 문제가 마라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파도, 거문도, 홍도 등 다수의 섬이 작은 규모의 섬생태계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인 수십~수백 마리의 고양이로 위기를 겪고 있다.
1978년 거문도에서 집단 서식한다는 것이 알려진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 제215호 흑비둘기는 고양이가 거문도에 서식을 시작한 30년 후, 거문도에서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졌다. 거문도에서 학살을 겪은 것은 섬의 야생동물만이 아니다. 2003년 개체수 조절을 위해 500여 마리의 고양이도 살처분됐다. 단지 본능대로 살아갔을 뿐인 고양이도 인간에 손에 의해 ‘처분’ 당한 것이다. 5년 뒤인 2008년, 개체수를 회복한 고양이에 두 번째 살처분을 진행하려는 시도까지 있었으나, 이때는 여러 동물보호단체와 개인들이 나서 사회운동을 벌인 끝에 살처분 대신 중성화로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입양 등 조치 없이 TNR로만 개체수를 조절하겠다는 계획은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여수시에 문의한 결과, 현재 거문도에 서식 중인 길고양이는 정확한 개체수 파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야생동물은 자력으로 살아가도록, 반려동물은 집에서 보호를
유투브 영상과 길고양이, 섬생태계를 두고 벌어진 논란은 일주일째를 맞이하는 지금도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고양이, 조류를 주제로 한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각자의 주장을 내세우며 다투고 있다. 그러나 논란을 촉발한 ‘새덕후’ 영상의 반응이나 그 외 온라인 커뮤니티, 각 언론의 관련 기사와 그에 대한 누리꾼 반응을 종합해봤을 때, 여론은 섬 생태계에 고양이가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 소수만이 ‘그렇지않다’고 주장하는 흐름이다.
여전히 TNR 외의 인위적인 개입에 반대하는 그들에게, 왜 개 식용 문제와 똑같이 바라볼 수 없는지 묻고 싶다. 개 식용 문제를 두고 육견 업계 관계자들은 폐업에 따른 보상안과 함께 폐업까지의 유예기간을 요구한 바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개 식용에 반대하는 측 대부분의 의견은 식용으로 소비되는 과정에서 심각한 고통까지 겪는 개들을 구하기 위해 개 식용 문제는 즉시 종식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이번 고양이 논란도 근본적으로 같은 상황이다. 사람에 의해 옮겨지고 번식된 고양이가 자생종에게 불필요하고 심각한 고통을 안기고, 심지어 절멸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내 눈에 보기 좋은 고양이가 겪을 불편함을 피하고자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는 TNR로 인한 자연 감소를 기다리는 동안 희생될 섬생태계 구성원들은, 또 얼마나 소요될지 알 수 없는 개 식용 산업의 자연 소멸까지의 기간에 희생될 개와 다름이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 TNR에 대해 지속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있는 PETA (사진 = PETA 웹사이트 갈무리)
“TNR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영상 속 이 문장으로 큰 논란이 일었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 환경·동물보호단체 중 극단적인 종차별주의 반대 성향과 급진적인 활동으로 손에 꼽히는 PETA(People for the Ethical Treatment of Animals)마저도 길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TNR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PETA는 “극단적으로 ‘죽음을 회피하는’ 성향의 동물보호활동가들이 대중과 정부가 TNR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그 효과를 과장해 왔다”며 “중성화 수술 이후 다시 거리로 내모는 것은 동물복지가 아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더 긴 시간, 더 많은 위험에 노출 시키는 동물학대”라고 주장하는 한편, “특히 인간의 먹이 급여가 더해진다면 서식지의 수용 능력을 크게 초과해 생태계에서 토착 포식자보다 훨씬 위험한 동물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로서 집에 사는 고양이와 야생에서 포식자로 살아가는 고양이의 차이를 느끼고, 먹이와 안전이 보장된 포식자가 생태계에 어떤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지를 알게됐다는 것에 있다.
우리가 고양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안락한 집 안으로 들여오는 것이며, 생태계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스스로,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거나, 인위적인 환경의 변화로 종의 위협을 받는 경우에 한해 다시 자연스러운 균형을 갖출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출처 : 한국반려동물신문(http://www.pet-news.or.kr)